우면산 산사태 3주기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난지도 3년이 되었다. 참사 현장의 미공개 사진과 함께 내가 겪은 상황을 돌아보겠다. 2011년 7월 27일 집에서 일찍 나왔다. 밖에 있으면서 계속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우리집은 우면산 바로 아래, 여태껏 비에 의해 피해를 입은적은 없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여기가 나름 고지대다. 수해가 발생해도 언제나 남의 얘기였다.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점심때 즈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집안에 이상은 없는데, 난리가 났으니 빨리 오라는 거다. “비 좀 온거 가지고 왜 이렇지?” 하는 생각을 잠깐 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상황이 심각했다.

방배역에 내려서 밖에 나와보니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흙도 좀 보이고.. 서둘러 집으로 걸어갔다. 아파트입구까지는 괜찮았지만, 아파트 내의 모든길은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진흙이 상당히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걸어갔다. 몇 번 넘어질 뻔 했지만 넘어지지않고, 집에 도착했다. 집이 1층이라서 물이 들어왔나하는 생각했지만, 다행이 집 안으로 물이 들어오진 않았다, 그러나, 집 옆으로 강이 만들어져 흐르고 있었다. 잠깐 숨을 돌리고 밖의 상황이 궁금해서 남부순환도로까지 올라가봤다. 직접 본 현장은 참혹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진흙, 나무, 돌이 모여서 진흙탕이 되었다. 당시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있던 건물은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결국 재건축이 되어 지금은 CJ 건설이 들어섰다. 아파트 근처에는 차가 오른쪽으로 90도 돌아가서 누워있었다.


아파트 담은 일부가 무너져내렸다. 나는 남부순환도로까지 올라갔다가 발이 안빠져서 슬리퍼 한 짝을 놓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언제 사건이 생겼는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얘기하고 있었다.

다음날, 비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보니 여러 방송사에서 계속 주민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도 했지만, 역시나 나오지 않았다. 뉴스를 보니 계속 추가 산사태 우려와 우면산 지뢰유실 얘기가 나왔고, 그래서 나는 피난을 가기로 결심했다. 경비실에서 삽을 빌려 내 차 뒤에서 삽질을 시작했다. 26번 했을때 군인들이 와서 도와주기 시작했고, 31번째 삽질을 끝내자 간신히 뒷좌석까지 길을 만들 수 있었다. 군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약간의 과자를 전달했다.

다행히도 추가 피해는 없었다. 아파트의 담은 약 1년뒤에 복구 되었고, 남부순환로는 하수관련 공사를 했으며, 우면산도 산사태가 난 흔적을 남긴채로 복구되었다. 다시는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배역에 내려서 찍은 사진 도로에 흙이 많이 보인다.


여기만 이렇게 흙이 많은 것이 아니다.


남부순환도로까지 힘들게 올라왔다.



아파트 옆에 시냇물이 생겼다.

일부러 흔들리게 찍은 것은 아니다.



산사태로 무너진 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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