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처음에 이 영화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해서 비슷한 영화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미국판인가? 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모티브만 따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라스베가스 인근의 어느 모텔, 10명의 사람이 모텔에 갇히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언제나처럼 폭풍우에 전화도 끊기고, 도로도 끊기면서 사람들이 고립된다. 사람들이 한 명씩 죽으면서 시체옆에 '10' -> '9' 이런 내림차순으로 모텔 키가 발견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떨게 되는데... 늘 그렇듯이 위험하니까 모두 모여있으라고 하면 다들 한귀로 흘리고 죽음의 길로 간다. 여기까진 너무 전형적인 스토리 전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와 가장 다른 점은 여기모인 10명이 아무 이유없이 죽는다는 점이다. 또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에서는 범인이 피해자들을 모은 이유를 들려주지만(오래되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설정상 일부는 휴가간다고 신나서 왔던 사람도 있었을거다. 또한 나름대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우연히 모였고, 영화를 봐서는 모텔에 오기전에 객지에서 비명횡사할 만한 죄를 짓지는 않은걸로 보인다. 아무 이유없이 사람들이 막 죽어나가는데, 도데체 왜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야 했을까?


처음엔 고립된 곳에서 벌어지는 트릭에 의한 사건 해결을 기대했었는데, 범인(?)은 마치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조커마냥 마음먹은 일은 200% 성공시키는 놀라운 실행력을 선보인다. (사람들이 죽을 순서를 정하고, 룸 키를 순서대로 피해자 옆에 놓고, 갑자기 시체들이 사라지고 등등) 영화를 볼 때는 뭐 이런 황당한 설정이 있나 했었지만, 이제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해가 간다. 모텔안에서 있었던 일들은 현실이 아니고, 범인의 머리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여러개의 리뷰와 삭제된 장면 등등을 보고 내린 결론임) 

 

영화를 보고나면 다중인격이 원래 이런 병인가? 다중인격장애(해리성 정체 장애 라고도 한단다)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 거울을 보여주면 정말 그렇게 놀랄까? (주위의 정신과 의사에게 물어본 결과 다중인격장애라고 해도 자기 얼굴을 잊어버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중인격장애만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다른 정신질환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함. 따라서 거울보고 놀라는 장면은 가능할 수도, 안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었으니 영화를 위해 끼워맞췄다고 생각하겠다.) 인격들이 하나씩 살해(?)되는데, 이것이 치료일까?  다중인격에서 인격이 다 죽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수수께끼를 얻게 된다. 


이 영화에서 비오는 이유를 검색하는 분이 있는데, 고립시키려고 하는게 아닐까? 육지에서 고립시키려면 비가 제일 간단하니까.. '그리고 아무도 없없다' 는 각자 무인도로 짐을 싸서 여행을 가야했지만, 여기서는 오다가다 들릴수 있는 곳이니까 


PS1) 비오는 날이 배경이라 피해자는 모두 비에 젖는데, 범인은 하나도 안젖는다. 

PS2) 미스테리 아니고 스릴러 영화임.

PS3) 감독판을 보고 쓴 글임.


아이덴티티 (2003)

Identity 
8.9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존 쿠색, 레이 리오타, 아만다 피트, 존 혹스, 알프레드 몰리나
정보
범죄, 공포 | 미국 | 90 분 | 200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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