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한가람미술관에 있었던 바티칸 전시회에 다녀왔다. 오늘은 전시회를 보면서 느꼈던 점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최근들어 많은 전시회들이 오디오 가이드를 도입하고 있다. 전시회마다 도슨트가 생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자리를 오디오 가이드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추가 비용도 없고, 불확실한 인간보다는 확실한 기계를 사용하는게 장점이 많을 것이다. 바티칸 전시회도 당연히 오디오 가이드를 도입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기계를 빌리거나 앱스토어에서 다운 받는 방식이었다. (여담인데, 전시회 번호표보다 오디오가이드 번호표가 훨씬 순번이 높은 현상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둘씩 온 사람들은 이어폰 한 쪽씩 공유를 하던데...)

 

나는 전시만 볼 생각으로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서 들어가진 않았다. 그랬더니..

처음엔 괜찮았는데, 갈수록 정체가 심해졌다. 알고보니까 사람들이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이 나오면 모두 멈춰서 있는거다. 설명이 끝날때까지는 움직이질 않으니, 정체는 점점 더 심해지고, 현장 안내원들이 뒤쪽에 여유가 있느니가 뒤에서 부터 보라고 말은 하지만 따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이러면 오디오 가이드 안 빌린 사람들만 답답해진다. 가만히 서서 들리지도 않는 오디오가이드의 설명이 끝나기만 기다려야 한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한 곳만 바라보는 모습은 좀비를 떠올리게 한다. (이 사람들에게 특별한 악감정은 없다.)

 

오디오 가이드를 만들때부터 전시장의 순서를 바꿔서 돌아다니게 만들면 어떨까?

사람들마다 다른 순번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1->2->3->4 이런 순서가 아니라 2->3->1->4 로 했으면 좋겠다.

 

이런식으로라도 전시장내에서 오디오 가이드 빌린 사람과 안 빌린 사람들이 공존했으면 한다.

 

더 나아가서 누구나 함께 들을 수 있는 도슨트의 부활도 바란다.

 

PS) 휴대용 스피커로 오디오 가이드를 같이 듣자고 하는 용기있는 자는 없었다.

 


 

by normalist 2013. 4. 12. 11:46